기업에게 있어 자금조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선진국 기준으로도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 Top 10 중 1위는 항상 자금조달 문제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능한 국내 시장에서의 외부 자금조달 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 1) 정부지원사업(R&D포함), 2) 신보/기보 등을 통한 보증 대출, 3) 투자유치. 이 중, 부채비율을 낮추는 자본확충에 도움이 되면서(재무상태표 상 자본계정의 주식 형태로 투자를 받는 경우), 이론적으로 횟수에 제한없이 큰 규모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방법은, 투자유치가 유일하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은, 창업하는 순간부터 투자유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투자 시장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고, 기업 입장에서 투자유치를 위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2021년을 정점으로 그 전 몇 년 동안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 벤처투자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면서 고밸류(높은 기업가치)에 큰 금액이 쉽게 투자된 것처럼 보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21년말부터, 국내에서도 2022년 3분기 이후로 투자시장의 상황이 180도 바뀐 상태이다. 보통 금리인상의 역효과로 그 원인을 분석하지만, 단순히 금리인상만이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제는 2021년 이전처럼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어쩌면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투자시장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유치에 성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전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투자시장의 메커니즘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비상장사 투자란 공개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간에 시스템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투자자와 기업 둘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사결정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있는 모든 투자사(투자자)가 보수적으로 나올 상황에서, 그냥 열심히 한다는 정도로는 투자의사결정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 투자사(투자자)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투자유치에 성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펀드(벤처투자펀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특징에 대해서 굳이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 하면 투자를 받는 게 중요한 기업의 관점에서는 펀드 결성 그 자체는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사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규정짓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여기에서부터 파생된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출자사업이란,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 성장사다리펀드(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의 전문출자기관에서 간접투자형태로 VC, AC 등의 기관투자자에 펀드를 결성해 주는 과정을 말한다. 재원의 출처(모태펀드=정부부처, 성장사다리펀드=은행권)만 다를 뿐 출자구조와 특징은 동일하므로, 여기서는 대표적인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설명을 진행하고자 한다.
국내는 정부주도로 창업생태계 전반이 형성되어 왔고 운영되는 대표적인 국가인데, 투자생태계도 선진국과 다르게 역시나 정부의존성이 높다. <그림 1-1>에서 업무집행조합원(GP)에 해당하는 위치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위치인데, 투자사를 설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금으로만 시작한 다음, 연중으로 진행되는 전문출자기관의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평가받아 펀드운용사로 최종 선정되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형태가 국내에서는 일반적이다. 위탁운용구조가 일반화되면서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사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생겨난 몇 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기업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다. 특히나 지금같이 투자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기업들에게 부담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출자사업에서부터 시작되는 특징들이 투자사의 사고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규정하게 되므로, 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기업들이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투자유치 전략을 세우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