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부와 2부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자면, 국내에서 투자받기 위해 제시해야 할 스토리라인의 정답은 존재한다 :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고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는 회사”. 이 2가지를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회사는 어느 투자사를 만나더라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 투자사로부터도 충분히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답은 나와 있으므로, 이제 남은 건 회사와 대표이사의 실행력이다.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뜻이다. 논리적이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근거(evidence)를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자칫 준비는 안 된 상태에서 의욕만 넘치게 되면, 설득 논리가 약해지거나 아니면 과대포장을 할 위험이 높아지는데,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투자가 위축되고 있고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는 아래 기사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재 1부와 2부를 기반으로, 투자 유치를 준비하기 위한 접근 방법론으로서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다만, 여기서는 IR자료 작성 및 피칭과 같은 각론 측면에서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좀 더 큰 맥락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성 차원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연재 2부에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투자사가 기대하는 이상적인 도달지점(Ideal Goal)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눈높이에 맞는 또는 도달할 수 있는 회사인지 여부가 당연히 뒤따라 나오는 체크 포인트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회사가 현재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다가 아이템으로나 비즈니스 모델로 볼 때나 해당 분야의 IPO 선례가 없고 대부분의 투자사가 가능성도 낮다고 보는데, 대표이사 혼자 허세처럼 무조건 일단 IPO를 선언하고 보라는 뜻이 아니다. 논리의 비약이 있는 레퍼토리는 금방 티가 날 수 밖에 없고, 투자사를 설득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IPO에 도달하는 방법론이 몇 가지로 제한적인데, 대표이사가 자기에게 적합한 또는 적극적으로 추진해볼 만한 방법을 선택과 집중하게 되면, 만족해야 하는 조건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고 따라서 그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KPI(Key Performance Index)를 설정하여 회사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그냥 일단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비효율을 방지할 수 있고, 조건에 미달하는 수준임에도 성급하게 IPO를 추진하고자 하는 오류와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투자사가 볼 때도 지향해야 할 방향과 접근 방법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준비하는 대표이사는, 신뢰를 얻으면 얻었지 마이너스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방향성과 전략을 설정했다면,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똑같은 방향성을 세우고도 누군가는 목표에 도달하는 반면 누군가는 실패하는 것은, 결국 실행력의 차이일 것이다.
회사가 지향해야 할 방향(IPO)과 접근 방법(상장 트랙)의 빅픽쳐(Big Picture)를 그렸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단계별 마일스톤을 세분화하고 로드맵을 정교화해야 한다. IPO의 목전에 와 있는 후기단계(late-stage) 기업이 아니라면, 빅픽쳐를 한 번에 달성하고 도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일스톤을 달성해 가면서 데이터를 확보하면, 이는 투자사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로드맵이란 단계별 마일스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마일스톤을 차례로 달성해 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회사의 성과에 대한 확인 뿐만이 아니라 대표이사에 대한 신뢰도 점차 쌓일 수 있다. 연재 1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팀”은 투자자의 중요한 체크 포인트 중 하나이고, 이것은 학력/경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마일스톤은 회사 성장에 유의미한 점프업(Jump-Up)의 계기가 되는 분기점으로 설정해야 한다. 가령, 중요한 기술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이 될 수도 있고, 인증 획득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허가기관의 인증 확보 시점이 될 수도 있으며, B2B/B2G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중요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에 확실히 진입하는 시점이 될 수도 있고, 또는 해외시장 진출 시점이 될 수도 있다. 보여주기 식의 마일스톤은 처음 1~2번은 투자사를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일스톤을 달성했음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투자업계에서 의심을 사게 되면, 그 다음 투자라운드부터는 투자유치가 상당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업계가 소위 좁은 바닥이고, 투자 검토 과정에서 레퍼런스 체크가 진행된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IPO 트랙 중 직상장이든 특례상장이든, 연재 2부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량적인 성과가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앞의 1.번의 내용대로 대표이사가 IPO라는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고자 마음을 정했다면, 반드시 사업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만 한다. 만약, 어떤 하이테크 기술회사가 기술특례상장을 염두에 두더라도 기술개발에만 집중해서는 상장이 어렵다는 뜻이다.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 중에서도 특히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결국 투자로 버텨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투자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사가 어떤 EXIT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판단하면 투자를 홀딩하거나 또는 취소, 아니면 소액 정도만 투자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장기간을 투자로 버틴다는 것은 점점 지속가능하기 힘든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로, 플랫폼 업종은 ‘계획적 적자’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언급되던 분야였던 것이 사실이다. 대규모 마케팅으로 경쟁사를 도태시키고 자신 중심으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구축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이 때, 플랫폼을 좋아하는 투자사라면 이익보다는 사용자수, 트래픽 등의 지표를 보여주면 거기에 반응함으로써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하면서 대규모 투자에 뛰어드는, 순환적인 관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오래 지나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하는 단계로 들어선 플랫폼 기업조차도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점, 국내에서 플랫폼 분야 유니콘 특례 1호로 쏘카가 상장 후 공모가의 50% 이하로 주가가 떨어지고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예비상장심사는 통과했지만 상장을 철회한 점 등을 감안하면 IPO를 하더라도 수익을 내면서 EXIT을 기대하기 만만치 않을 수 있겠다는 경험치가 투자사들에 쌓이고 있으므로(연재 2부의 <그림 2-2>), 투자로 버티는 전략은 점점 지속가능하지 않은 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